달콤한 나의 도시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인문사회 서적을 가장 좋아하여 순수문학은 왠만하면 잘 읽지 않고, 국내 문학 작품은 더더욱 잘 안 읽는다. 그러다 지난 봄에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올라온 블로그 포스트에서 ‘달콤한 나의 도시‘를 알게 되었고, ‘구해줘’의 존재를 알게 해 준 친구가 마침 이 책을 회사 도서관에서 빌려와 거실에 놔뒀길래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재미있었다. 책 속의 이야기가 바로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현재 시간에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나 선명하게 전해져 국내 소설 작품의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뽑은 구절.
42쪽. 화장에도 순서가 있듯, 삶도 그럴 것이다. 완벽한 메이크업을 마치고 난얼굴, 그것을 진짜 내 얼굴이라고 할 수 있을까. 화장으로 한 겹 가리고 나면 내 얼굴에 대하여 스스로 고개 돌리지 않을 수 있을까. 인생이 점점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느낌이 든다.
76쪽. 아니, 맞선 보러 나가는 여자가 당치않게 왠 속옷 걱정이람?
95쪽. 손사래를 쳤는데도 엄마는 무거운 쇼핑백을 강제로 품에 안겼다. 밑반찬을 담은 밀폐용기들, 한 무더기의 일회용 홍삼 팩들이 가득했다. 압구정동 한복판까지 동행하기에는 참으로 난감하고 거추장스러운 짐이었다. 때때로 가족이 그렇게 느껴지는 것처럼.
316쪽. 하나의 사랑이 완성되었다는 말은, 누군가와 영원을 기약하는 순간이 아니라 지난한 이별 여정을 통과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입에 올릴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랑할 때보다 어쩌면 헤어질 때, 한 인간의 밑바닥이 보다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317쪽. 일주일이 ‘평일/주말’로 나눠져 있을 때는, 일요일의 무력감에 대해 알지 못했다. 매일을 일요일처럼 보내는 사람에게, 일요일은 탕수육과 자장면을 시키면 함께 따라오는 군만두처럼 느껴진다. 맛은 없으면서, 아무리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432쪽. 나는 정말, 서른두 살의 나이인가? ‘서른두 살스러움’의 기준, ‘서른두 살적인 사고방식’의 기준은 대체 누가 정하는데? 한 개인이 일상의 지층을 뒤흔드는 커다란 사건에 처했을 때에 그런 소속 집단에 대한 선입견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소속 집단의 규범에 의지하여 머리가 빠개지도록 고민해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 나에게 나는, 우주 속의 유일한 개체. 새끼발가락에 티끌만 한 가시가 박힌대도 단독의 고통을 감내하며 작은 방 안을 홀로 뒹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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